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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바르트(1776-1841)
이하에 제시된 자료는 박의수 외, [교육의 역사와 철학], (동문사, 1998), 242-251쪽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교육이 있었고 이에 대한 연구도 줄곧 있어 왔으나, 그것들은 모두 기술(또는 예술)로서의 교육의 원칙을 발견 또는 발전시키려는 것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러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교육도 단순한 기술이 아닌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일어났다. 교육을 독립적 학문의 성격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헤르바르트(J. F. Herbart, 1776-1841)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루소의 자연주의의 영향 아래 범애파 교육자들은 교육의 기초로 아동의 심리에 착안하였으며, 칸트나 피히테 등은 철학적 기초 위에 교육학을 조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학의 과학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교육학의 독자적 체계를 수립한 사람은 헤르바르트이다.
그는 그의 저서 [교육학 강의 개요] 서문에서 "과학으로서의 교육학은 실천철학과 심리학에 의존한다. 실천철학은 교육의 목적을, 심리학은 교육의 길, 즉 교육의 수단과 장애를 교시한다"고 함으로써 실천철학(윤리학)으로부터 교육의 목적을, 심리학으로부터 교육 및 수업의 방법을 도출하여 독립된 과학으로서의 교육학을 성립시켰다.
1. 생애
1776년 독일의 올덴부르크에서 태어난 헤르바르트는 1794년 예나대학에 입학하여 당시 그곳에서 철학을 강의하던 피히테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학하였다. 1797년 예나대학에서의 학업을 중단하고 그는 스위스의 베른으로 가서 1799년까지 2년간 가정교사 생활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실제 교육의 경험을 쌓았으며, 이 교육경험이 후에 그의 생애에 있어서 교육학자가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기간 중에 헤르바르트는 페스탈로찌의 부르크도르프 국민학교를 방문하여 페스탈로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800년 독일로 돌아온 헤르바르트는 브레멘에서 2년간 연구에 몰두하였으며, 1802년에 괴팅겐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출간된 그의 저작들로는 [페스탈로치의 직관의 ABC 이념](1804), [일반교육학](1806), [실천철학](1808) 등이 있다.
1809년에는 독일의 대 철학자인 칸트의 후임으로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교수직을 승계하였다. 그후 24년간 헤르바르트는 그곳에서 철학교수로서 철학과 교육학을 강의하였다.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의 헤르바르트의 업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최초로 교육학과를 창설하여 대학에서 교육학의 연구와 교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으며, 교사훈련과 교수법의 실험을 위한 "실습학교"를 설치하여 오늘날 부속학교의 효시를 이루었다.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재직 시절에도 철학, 심리학, 교육학 분야의 많은 저서를 출간하였다. 1831년 베를린 대학의 헤겔이 별세했을 대 그 후임 교수로 가려하였으나 실패하고는, 1833년 그가 처음 교수생활을 시작했던 괴팅겐 대학으로 돌아갔다.
괴팅겐으로 돌아온 후 약 8년간 교육학 강의에 전념하다가 1841년 65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이곳에서 그는 1835년에 자신의 [일반교육학](1806)을 전면 개정하고 보완한 [교육학 강의개요]를 출간하였으며, 1841년에는 이를 다시 개정하여 출간함으로써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교육과 저작활동에 전념하였다.
2. 교육목적
헤르바르트에 의하면 모든 교육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왜 인간을 교육하는가"라는 교육목적의 탐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의 저서 [일반교육학]의 원제목은 [교육목적으로부터 연역된 일반교육학]이다. 여기에서 보듯이 그의 교육학의 모든 분야는 목적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헤르바르트는 칸트의 도덕철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이 교육학을 전개하는 초기 단계에서 이미 도덕적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헤르바르트가 말하는 교육의 필연적 목적은 "견고한 도덕적 품성의 도야"이다. 즉, 진실하고 신뢰성 있는 도덕적 헤르바르트의 교육목적론은 도덕적 인간의 형성을 교육의 최고 목표로 삼았던 페스탈로찌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헤르바르트는 교육목적을 도덕적 품성의 도야와, 도덕적 이념을 의지적(실천적)으로 구현해 가는 인간도야에 두었으며, 그것에 도달하는 단계로써 다면적 흥미를 교수의 직접 목적으로 삼았다.
그가 말하는 도덕이란 쾌락이나 행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의 관련성 속에 선(善)이 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도덕의 이념을 체득하고 도덕적 의지 결정의 동기 형성이 가능한 사람이 선한 사람이며, 도덕적 품성의 소유자라고 하였다. 이리하여 최고의 도덕적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 형성을 교육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헤르바르트는 도덕적 품성을 단순화한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고 다음의 다섯 가지 기본이념이 서로 결합되어 실현되는 성질이라고 봄으로써 실천적 도덕이념으로 파악하였다.
1) 내면적 자유의 이념
이는 도덕성의 근본적 이념으로써 칸트의 실천이성(의지)이 자율적 자유인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통찰에 의해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내면적 의지에 의해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통찰과 의지가 일치하는 사람은 내면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한 사회는 생기가 넘치고 생동하는 사회가 된다.
2) 완전성의 이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가 나약한 의지보다 더욱 완전한 것으로 보려는 이념으로써, 여기에는 건전한 정신과 신체가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완전성의 이념을 통해 우리는 문화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한 사회의 문화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과 실천의지를 통해 이룩하는 것이다.
3) 호의의 이념
자신의 과욕을 피하고 호의를 존중함으로써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의지의 대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의 의지로 남을 돕는 것이다. 이러한 호의의 이념을 존중하는 사람들로 모인 사회는 복지사회가 된다. 특히 한 사회의 모든 행정체계는 이와 같은 호의의 이념에 기초하여야 한다.
4) 정의의 이념
서로 양보하고 상호 의견을 존중함으로써 상이한 두 의지의 충돌을 피하고자 하는 이념을 뜻한다. 이러한 정의의 이념이 구현된 사회는 바로 법치사회라고 할 수 있다. 즉 대립과 갈등을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해진 규칙과 법률에 의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사회를 이루게 된다.
5) 보상 또는 공정의 이념
일정한 의지에 따른 행동에 대하여 언제나 정당한 대가를 치루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한 의지에 따른 행동이 선할 때는 칭찬과 포상을, 그리고 악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의의 이념이 비교적 소극적인데 비해 보상 또는 공정의 이념을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헤르바르트는 이상의 다섯 가지 기본이념이 서로 결합하여 실현되는 성질이 도덕적 품성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그에 의하면 명료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의 주된 업무라고 생각하였다. 교육의 목표는 결코 단순한 사회인이나 기능인을 육성하는데 있지 않음을 헤르바르트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3. 교육방법
헤르바르트는 이상의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의 표상심리학을 기초로 한 관리, 교수, 훈육의 세 가지 교육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념상의 분류일 뿐이며, 실제로는 서로 보완적으로 이루어진다.
1) 관리
관리는 본래 교육의 전단계로서 어린이의 욕망을 억제하고 외적 질서를 유지하는 훈련을 함으로써 교육받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여 주기 위한 것이다. 즉, 어린이의 자연적이고 맹목적인 충동과 난폭한 행동을 통제하여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는 교육방법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맹목적인 광포의 싹과 조잡한 욕구가 내재해 있으며, 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강화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이 어린이의 마음속에 생기는 의지를 반사회적 방향으로 끌어가지 않도록 민감하게 지속적으로 이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아동의 자율적 의지를 도야하는 교육이라기보다는 교사의 통찰에 따라 아동의 의지가 형성되어진다.
이러한 관리의 첫 번째 조치는 위협, 감시, 권위, 사랑 등을 들 수 있다. 모든 관리의 첫 번째 조치는 위협이다. 물론 이러한 위협을 통해 어린이들의 마음이 약해지고 두려움 때문에 의욕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조치가 너무 늦기 전에 꾸중을 함으로써 본래의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위협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린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규칙적인 감시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서는 재치, 창의력, 모험적 용기, 자신감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관리가 유효하게 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의 심정 속에 갖추어져야 할 보조 수단으로 권위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초기에 가정에서 순종의 미덕을 익히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권위와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에 의한 관리는 학습 분위기를 엄숙하게 하고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데는 틀림없이 효과적이겠지만, 교육활동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에는 일면적인 방법이라고 지적되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본래적 의미의 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교수
교수는 사고권(思考圈)을 형성하고 확장하여, 감정과 의지를 일으켜 그것에 따라 도덕적 품성을 형성하는 교육방법으로 헤르바르트의 교육방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교수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의 강한 도덕적 품성 도야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헤르바르트는 이러한 교수를 교육적 교수라고 하였다. 수업이 없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이 없는 수업도 있을 수 없다고 함으로써 모든 수업의 장면에서 인간의 도덕적 품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지식과 기능의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의지를 도야하여 도덕적 품성을 형성하는 것이 교육적 교수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업을 통해 우선적으로 아이들에게 흥미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흥미란 지식을 획득할 때 느끼는 일종의 쾌감에 수반되는 심적 작용을 지칭하는 말로서 헤르바르트에 의하면 흥미는 인간의 경험과 인식에 관련된 흥미와, 사회적 참여를 통한 사교에 관련된 흥미로 크게 나뉘어진다. 헤르바르트의 교육학에 있어서 다면적 흥미는 이러한 경험과 사교로부터 파생된 다음의 여섯 가지 흥미를 말한다.
먼저 경험과 인식으로부터 나타나는 흥미로는, 경험적 흥미, 사변적 흥미, 심미적 흥미가 있다. 경험적 흥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흥미로써 사변적 흥미로 계속된다. 사변적 흥미는 경험적 흥미를 바탕으로 사물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규명하려는 흥미이며, 의문을 제기하고 싶어하는 흥미이다. 심미적 흥미는 사물의 미추선악(美醜善惡)을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흥미로써 자신의 개인적 기호에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참여와 사교로부터 나타나는 흥미로는, 동정적 흥미, 사회적 흥미, 종교적 흥미가 있다. 동정적 흥미는 타인의 고통과 쾌락을 공감하는 흥미로써 이는 공동체 사회의 전체적 행복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동정적 흥미를 갖는 사람들은 자연히 사회적 흥미를 갖게 된다. 사회적 흥미란 사회와 국가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흥미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절대자로서의 신의 존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종교적 흥미를 갖게 된다.
이상과 같은 흥미 발생의 조건으로 헤르바르트는 전심(專心)과 숙고(熟考)를 들고 있다. 헤르바르트에 의하면 교재를 학습하는 데에는 일시적으로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사고를 멀리하고 개개의 대상에 집중하여 그것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는 심적 상태인 전심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에 의하여 얻어진 개별적 표상을 올바른 관계로 결합하여 통일하는 작용으로써 인격의 기초가 되는 숙고가 있다. 헤르바르트는 이 전심과 숙고를 좀더 분석적으로 고찰하여 이들은 각각 정지적인 것과 진동적인 것으로 나뉘어진다.
정지적 전심을 통해 개개의 대상에 몰입함으로써 한 개념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획득하는 명료화가 이루어지고, 진동적 전심에서는 하나의 전심에서 다른 전심으로 전이되어 이미 습득한 표상이 새로운 표상과 결합하여 표상 간에 연합이 이루어진다. 정지적 숙고는 연합되어진 표상이 숙고를 통해 일정한 체계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즉, 풍부한 숙고를 통해 개별의 개념들이 일정한 질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진동적 숙고를 통해 우리는 정지적 숙고에서 얻은 지식 내용의 체계를 실제의 생활 속에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러한 네 단계의 과정이 곧 그의 유명한 교수의 형식단계설이다.
헤르바르트의 교육학은 그가 사망한 후 그의 후계자들에 의하여 형성된 헤르바르트 학파에 의해 꾸준히 계승, 발전하여 왔다. 대표적인 헤르바르트 학파의 학자로는 슈토이(1815-1885), 칠러(1817-1881), 라인(1847-1929) 등이 있다. 특히 라인은 헤르바르트의 수업단계를 좀 더 세분하여 예비, 제시, 비교, 종합, 응용의 5단계로 제시하였다.
3) 훈육
훈육은 관리, 교수 다음에 오는 교육작용으로써 도덕성의 도야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의 마지막 단계이다. 관리는 교육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교육 이전의 단계이고, 교수는 교재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육적 교수를 함으로써 도덕적 품성을 도야하지만, 훈육은 매개체가 없이 아동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아동의 심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도덕적 품성을 도야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훈육의 방법으로는 명령, 상벌, 교훈, 모범 등을 들 수 있으나, 이 중에서 교사의 모범을 가장 중시한다. 이는 처음에는 타인의 지도에 의한 객관적 훈련에 강제성을 띄지만 점차 자신의 자율적 훈련이 가능하도록 한다.
훈육은 원래가 많은 조치나 개별적인 행위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연속적 만남이기 때문에 짧지 않고, 급격하지도 않으며 계속적이고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아동에게 침투하여 점차적으로 멈춘다. 여기에서 우리는 헤르바르트가 단순히 교수라고 하는 간접적 교육을 통해 주지주의적 교육을 하려하였다는 비판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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