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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http://march.kwedu.net/mm/mm08.html

제8강의

교육철학이란 무엇이며, 왜 그리고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

안녕하세요? 이 강좌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교육철학을 다룰 시간이 되었군요. 그간 교육사 공부하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은 교육철학 첫 시간으로 '교육철학이란 무엇이고, 왜 공부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다루겠습니다. 교육철학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Ⅰ. 삶과 철학


'哲學은 鐵學'이라는 우스개 말이 있습니다. 철학이란 쇠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학문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할 겁니다. 어쩌면 철학이란 학문은 그렇게 딱딱하고 차가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다', '추상적이다', '비현실적이다', '복잡하다'는 등의 형용사들을 연상하는가 하면,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 관련해서는 '먹고 살기 고달픈 사람', '답답한 사람', '고리타분한 사람', '고독한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갖기도 합니다. 심지어 많은 여성들에게 결혼 상대자로서 '기피 대상 1호'로 낙인 찍혀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입견들은 한 마디로 철학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과 무관한 저 추상적인 피안의 세계에만 관심을 갖는 학문이라는 인식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철학이 존재하고, 철학이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사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철학적 사고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으로부터, 생활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다른 어떠한 학문 못지 않게 우리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학문입니다. 철학을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조직적이든 단편적이든 간에,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철학을 갖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여러분 스스로를 차분히 성찰해 보시면, 비록 매우 논리적이거나 조직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어떤 인간관, 사회관, 세계관 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예컨대 여러분들은 "나는 왜 사는 걸까?",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이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람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절대적 진리란 과연 존재하는가?" 등등과 같은 질문을 한 두 번쯤 던져 보았을 겁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생활하면서 좀 추상적인 차원에서 또는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이러 저러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경험이나 직관이나 논리적 사고를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철학이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학문입니다. 물론 모든 질문이 철학적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과 어떠한 형태로든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 출발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삶과 생활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보다 근본적인 답을 구하려고 하는 한 여러분은 이미 철학을 시작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철학이라는 것은 소위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이 이렇게 우리의 현실적인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저 유명한 관념철학자 헤겔은 "철학은 현재적인 것, 현실적인 것을 다룬다", "모든 철학은 그 시대와 현실의 철학이다"고 했으며, 실존철학자 야스퍼스도 "어중간한 철학은 현실을 떠나 버리지만 완전한 철학은 현실로 인도한다"고 역설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철학이란 우리의 현실로부터 시작해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학문입니다.


Ⅱ. 철학의 정의, 기능 및 연구 영역

먼저 철학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봅시다. 철학(philosophy, philosophie)이란 어원상 philia(사랑)와 sophia(지혜)로 이루어져 있는 말입니다. 즉,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을 한다는 말은 지혜를 사랑하는 일을 의미하며,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플라톤은 철학을 일컬어 "생성, 소멸에 의하여 괴란되지 않는 불변의 실재를 볼 수 있게 하는 학문을 사랑하는 마음가짐", 즉 "진리와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철학 또는 철학자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지혜나 그 지혜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추구하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을 뜻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보면 설사 철학을 전문적인 업으로 삼고 있지 않더라도 평소의 생활 속에서 삶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미 철학자인 셈입니다.

철학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만으로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철학의 성격과 기능 그리고 연구 영역 등을 살펴봄으로써 철학이 어떠한 것인지를 좀 더 자세하게 탐색해 보기로 합시다.

먼저, 철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철학은 기본원리를 탐구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학은 원칙적으로 겉에 나타나는 피상적인 현상이나 사물보다는 그 밑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원리에 관심을 갖습니다. 즉, 모든 현상적인 것, 피상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발견하려는 데 철학의 목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답을 구하려고 하는 한, 철학을 이미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살아야 하나?"라고 질문하고, 살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면 그것은 철학적인 질문이요 해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질문과 해답은 어느 한 순간 또는 어떤 하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전 과정에 해당되며,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철학이란 인간의 모든 경험의 의의를 밝히고 해석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념이나 원칙 또는 원리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둘째, 철학은 포괄적,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학은 단편적이며 부분적인 경험보다는 보다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포괄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철학자는 인생의 모든 영역을 가능한 한 전체적으로 관찰하려고 하며,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사태에서 일관된 통일성을 발견하려고 하며, 개별적인 경험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개별적인 편견이나 억측을 극복하여 보편적인 의의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철학이란 어떤 개별적인 사물, 사상, 사태, 경험들의 질서와 체계를 세우려고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셋째, 철학은 규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학은 단순히 어떤 사실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을 축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주된 역할 중의 하나는 이미 알려지고 발견된 사실들을 평가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행위규범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규범적 성격으로 인해 철학은 과학과 다른 학문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에 비해 철학은 그 사실을 포함하여 다른 학문에서 발견해 놓은 여러 서로 다른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종합함으로써 당위(當爲)와 이상(理想)을 발견하고 규정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넷째, 철학은 비판적, 분석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여러 막연한 용어와 관념들에 대해 제자들을 상대로 날카롭게 그 진의와 본질을 캐물었다고 합니다. 이는 어떤 행위가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를 판단하기 이전에 선이란 무엇이며 또한 악이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명하려는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문제의식은 최근 20세기에 들어와서 분석철학자들에 의해 하나의 학파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일반인, 과학자, 철학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사용하고 있는 어떤 의견이나 신념, 가정, 용어 그리고 개념들의 의미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예컨대, '정신', '물질', '진실', '실재', '선', '악', '자아', '원인', '결과', '옳음', '그름' 등과 같은 용어나 관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혹은 학문하는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어비판 또는 언어분석에 한정되는 예이기는 하지만, 철학은 삶의 영역 전체에서 이러한 비판적, 분석적 기능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철학이 하는 구체적인 일, 즉 철학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철학자 두 분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철학자 피닉스(P.H.Phenix) 철학의 본질적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언어를 분석하는 일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쓰고 있는 다양한 용어와 개념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을 담당합니다.

둘째, 전제나 가정을 명백히 하고 비판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고 믿습니다. 철학은 이 명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 신념이 옳은지 그른지를 명백하게 따지는 일은 합니다.

셋째,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일입니다. 즉, 철학은 어떤 학문이 사용하고 있는 연구방법이 과연 타당한가를 탐구합니다.

넷째, 합리적 근거에 의해 신념 또는 신조를 정당화하는 일입니다. 철학은 가치에 대한, 우주의 진행과 완성에 대한, 정치체제에 대한, 그리고 여러 학문영역의 연구 방법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정당한 근거에 의해 합리화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을 수행합니다.

다섯째, 이미 발견된 다양한 지식을 분석적, 통일적 관점에서 조정하는 일입니다. 철학은 개별 과학에서 밝혀 놓은 여러 지식을 일정한 기준과 준거에 의해 조정합니다.

여섯째, 규범적 이상과 전망을 밝히는 일입니다. 철학은 현재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이상과 규범을 제시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다른 한편 넬러(G.F.Kneller) 철학의 기능을,

첫째, 사색을 통해 우주 만물을 조직적으로 인식하고,

둘째, 선과 악, 정과 사, 미와 추의 기준을 제시하고,

셋째, 다양한 개념을 비판하고 분석하며,

넷째, 개별 과학의 독단을 조정하는 일이 철학이 수행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철학의 연구 영역 또는 관심 영역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철학의 영역은 엄격히 말해서 이 세계와 우리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은 천체의 관찰과 연구를 주제로 하는 학문이며, 인류학은 사람의 생성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학문이고, 정치학은 국가와 정부의 성격과 조직과 기능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이 개별 과학들은 그 자신의 영역에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은 이 세계와 인간 삶의 근본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 영역은 거의 무한하다고 해야 옳을 겁니다. 이를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종합,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철학은 실재(Reality)에 관련된 문제를 탐구합니다. 실재에 관한 연구를 일컬어 존재론, 본체론 또는 실체론(Ontology)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궁극적 실재의 성질에 대한 연구로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피상적인 현상 뒤에 또는 그 밑에 '실재'해 있는 참된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의 영역입니다. 예컨대, "실재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가(유물론), 아니면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유심론)?", "실재가 오직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가(일원론) 아니면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가(이원론) 그것도 아니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가(다원론)?", "실재는 변화되는 것인가 아니면 영원불변하는 것인가?" 등을 연구하는 영역이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둘째, 철학은 지식(Knowledge)에 관련된 문제를 탐구합니다. 철학은 지식의 원천과 지식 획득의 과정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이를 인식론(Epistemology)이라고 합니다. 인식론은 주로 "지식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참된 지식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지식을 참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 또는 기초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식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해답을 얻고자 하는 철학의 영역입니다. 물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철학자들에 따라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획득 과정이나 방법에 따라 지식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즉, 계시를 통해 얻은 지식(모세의 십계명)이 있는가 하면, 직관에 의한 지식(아르키메데스의 원리)도 있습니다. 또 이론 또는 논리를 통한 지식(인간은 죽는다. 나는 인간이다. 따라서 나는 죽는다)이 있는가 하면, 경험을 통한 지식(관찰과 실험을 통한 지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들 모두는 그 나름의 장점과 한계를 모두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하여간, 철학은 이처럼 지식의 원천과 획득의 방법, 과정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셋째, 철학이 대상으로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심사는 가치(Value)에 대한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철학의 영역을 가치론(Axiology) 또는 윤리학(Ethics)이라고 합니다. "나의 사고 또는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보편적인 가치인가 아니면 나에게만 해당되는 주관적 가치인가?", "그것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본질적 가치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또는 도구적) 가치인가?",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영구 불변하는 가치인가 아니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는 가치인가?" 등등과 같은 질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Ⅲ. 교육철학의 정의와 연구의 필요성 및 방법

학문으로서의 교육철학이란 위에서 교육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철학적 탐구 행위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 교육철학이라는 용어는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철학은 어떤 교육관 또는 교육사상을 의미하기도 하며, 때로는 교육방법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교육목적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철학의 이론 혹은 철학적 지식을 교육의 이론과 실천에 응용한 것을 지시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먼저 교육철학의 정의에 관련된 대표적인 세 가지 입장, 즉 종합적 입장과 분석적 입장, 그리고 본질적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김정환ㆍ강선보, [교육철학], 박영사,1998, pp.23-26 참조).

첫째, 종합적 입장에서 보면, 교육철학이란 다양한 교육이론 또는 교육현상을 일정한 개념과 원리에 의해 종합하고 체계화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가 굳(C. V. Good)과 라인(W. Rein)입니다. 굳은 교육철학을 "교육에 관한 여러 상충된 이론을 타당한 개념과 원리에 기초하여 화해, 조화시키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인은 '① 인간은 인간에 의해 인간이 된다. ② 교육은 미성숙자에게 가해진다. ③ 교육은 계획적인 작용, 영향, 감화이다. ④ 교육은 지속적이다'는 네 가지 전제로 교육현상을 체계화하는 것이 바로 교육철학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둘째, 분석적 입장에서 보면, 교육철학이란 교육현장 또는 교육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 개념, 신념, 전제, 가정들의 의미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교육학을 보다 과학적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가 분석학적 교육철학을 대표하는 브라운(L. M. Brown)입니다. 그는 교육철학을 "교육학에서 쓰이는 여러 언어의 뜻을 명확하게 밝히며, 또 교육학자들이 대전제로 여기는 여러 원리들을 검증하여 교육학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셋째, 본질적 입장에서는 교육철학을 여러 교육현상을 꿰뚫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예컨대, 일본의 교육철학자 오사다(長田新)는 교육철학을 일컬어 "교육작용의 본질, 근본 내지 전체를 파악하는 교육본질학, 교육근본학, 교육전체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오사다에 의하면, 개개의 교육현상과 사실은 개별 교육학(예컨대, 교육사회학, 교육과정학, 교육심리학, 교육공학 등)의 탐구대상이며, 그 개개의 현상과 사실이 배후 또는 그 밑에 깔려 있는 교육의 본질을 캐내는 것이 바로 교육철학입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서 교육철학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합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입장을 종합해서 정의하면, 교육철학이란, ① 교육현상을 꿰뚫고 있는 몇 가지 대전제로 교육현상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② 교육학에서 쓰이는 다양한 언어 및 전제, 가정들을 다듬어 체계적으로 교육학을 구축하며, ③ 교육작용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학자 또는 교육자는 왜 교육철학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하에서는 교육철학의 필요성을 오천석의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합시다(오천석, [교육철학신강], 교육학연구사, 1984, pp.31-32 참조).

첫째, 교육철학은 인간 생활과 사회 전체에 있어서의 교육의 위치와 그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자칫 인간 생활 전반 혹은 사회 전체에 대한 이해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진행될 위험이 있습니다. 즉, 교사는 교실에서 주어진 교과서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내면화시킴으로써 그 임무와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가 인간 생활 전체에 대한 교육적 전망을 갖고 그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때 진정한 생명력과 실천성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이 인간 생활 전체에 대한 교육적 전망은 바로 교육철학의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볼 때, 교육철학 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둘째, 교육철학은 잡다한 교육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함으로써 교육에 대한 신념을 확정하고 원리를 수립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교육학에서도 매우 다양한 이론과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서로 모순되는 이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철학이 개별 과학에서 밝혀놓은 제반 사실과 이론을 종합하고 정리하듯이, 교육철학 또한 교육학의 각 연구 영역에서 밝혀놓은 사실 및 이론들을 서로 종합하고 정리하며 중재해야 합니다.

셋째, 교직이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바람직한 인간의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인간 사회의 개선에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면, 교사는 마땅히 그가 종사하고 있는 교육이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가? 교육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들은 어떤 신념과 방향에 기초하여 해결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교육철학의 연구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넷째, 교육철학은 교사의 지성과 비판 정신을 자극하여 교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철학의 기능은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준거와 지침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교육철학의 연구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철학의 연구 방법은 크게 전기(사)적 방법, 원리적 방법, 사상사적 방법, 비교적 방법, 본질추구적 방법, 분석철학적 방법, 절충적 방법 등이 있습니다(참고로만 읽어보세요. 읽어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첫째, 전기(사)적 방법은 다른 말로 열전적(列傳的) 방법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의 위대한 교육사상가나 실천가들의 생애, 업적, 사상, 교육사적 업적 등을 시대별로 구분하면서 연구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원리적 방법이란 교육의 여러 작용 및 영역의 지도원리를 망라하는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체제 등에 관련된 원리를 풀어 나가고자 하는 연구입니다.

셋째, 사상사적 방법이란 교육사상의 흐름을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인 특질을 들면서 서술하는 방법입니다.

넷째, 비교적 방법이란 역사적인 또는 현대적인 각 철학파의 교육이념, 또는 각 교육철학파의 이념을 상호 비교하며넛, 서로가 지닌 특색을 부각시키며 장점만을 추출하여 절충적으로 새로운 것을 모색하려는 방법입니다.

다섯째, 본질추구적 방법이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방법입니다. 즉, 교육의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여섯째, 분석철학적 방법은 교육학을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으로 정립하기 위해 분석철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즉, 교육(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반 용어, 개념, 신념, 가정, 전제 등을 언어분석의 방법으로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일곱째, 절충적 방법이란 위에서 제시된 다양한 연구 방법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뒤섞어 활용하는 방법으로서 교육철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교육철학의 정의, 필요성, 연구 방법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구체적으로 각 교육철학파의 주요한 교육적 주장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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